사진집 정리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사진집
프린트 질은 모두 훌륭하다.

1. 왼쪽의 사진집은 한국에서 출판됐지만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와 공동제작하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인쇄했다. 때문에 국내 사진집임에도 프린트 상태는 훌륭한 편. 다만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눈에 거슬리는 점이 아쉽다. 당시로서는 거의 처음 시도되었던 해외 작가 사진집의 국내출판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2. 오른쪽 위에 보이는 사진집 표지의 사진은 유명한 '생-라자르 역 후문' 이다. 재미있는 점은 트리밍에 대해 부정적이던 브레송의 가장 유명한 이 사진이 1/3가량 트리밍 된 사진이라는 것이다. 트리밍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필름 주변의 퍼포레이션까지 노광시켜 인화했던 그인데 말이다. 그는 트리밍을 할 때 시각의 성실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널판지 울타리의 갈라진 틈으로 우연히 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포스터의 무희와 흡사한 동작으로 뛰어넘는 남자의 모습과 반영이 묘하게 겹쳐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울타리 때문에 충분히 접근할 수 없었고, 그는 트리밍할 것을 염두에 두고 찍었다고 한다.

이 사진과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오해를 한다. '결정적 순간'이란 하나의 상황에서 한 번의 촬영을 의미하지 않는다. 브레송은 어떤 한 상황을 두고 한롤을 전부 촬영하기도 했다. 덕분에 그의 네거티브 한롤 전체를 봤을 때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는 '간혹 어느 구체적인 상황이나 장면에 관한 강렬한 것일 수 있는 사진을 이미 찍었다는 느낌이 생길지라도 계속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것은 그 상황과 장면이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미리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요컨대 모든 상황이 결정적 순간이라는 것이다.


3. 오른쪽 아래 보이는 건 파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브레송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가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사진이 담겨있다.


# 전시회에서 처음 브레송의 프린트를 봤던 날이 기억난다. 난 아침에 들어선 전시회장을 저녁나절에야 겨우 나올 수 있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몇 번이나 아쉽게 되돌아보면서.
결국 난 전시를 두 번 더 보러갔고, 마지막 날에는 전재산을 털어 프린트 한 점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난 그 기회비용을 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그날로 당장 필름 수십롤을 구입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찍었다. 때로는 하루에 수십롤을 찍었고,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충무로에 밥 먹듯이 출퇴근했다. 이론을 배우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사진'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책이란 책은 모두 읽고, 새로운 현상 데이터나 실험적인 현상 데이터를 찾기 위해 날밤을 새며 해외 사이트를 뒤졌다.

나에게 브레송은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든 계기이자 열정이다. 지금도 답이 안 나온다 싶을 때면 브레송의 사진집을 꺼내보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수십 번은 더 봤을 텐데도.

브레송은 인간애의 뜨거운 관심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사진엔 화면의 대비와 은유 등을 이용한 유머와 익살스러움 뿐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행복감, 평범함 가운데 맛볼 수 있는 삶이 담겨 있다. 사진 구석구석에 인간애가 가득 차 있다.

'구성과 시각적 질서를 먼저 찾아보라. 그리고 드라마가 스스로를 돌보게 하라' 라는 그의 말대로 그의 사진은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모든 사진에는 강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치 영화처럼.


'나는 거기에 있었고 또 그 순간에 삶이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방법이 있었다.'

'카메라를 사용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진지해졌다. 그래서 무언가의 냄새를 뒤쫓아 그것의 냄새를 맡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그 때 거기에 영화가 있었다. 몇몇 훌륭한 영화들을 통해 보고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

- Henri cartier Bresson




엘리엇 어윗

PERSONAL BEST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
브레송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엘리엇 어윗의 사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해학과 풍자다. 사진집을 볼 때마다 웃음이 그치지 않을 정도로 사진 속에 유머가 가득 차 있다.
혹자는 그의 사진이 진지하지 않고 가볍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윗의 사진에는 유머 뒤에 숨겨진 부조리에 대한 조소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결코 가볍지 않다. 단지 진지하고 고달픈 현실 속에 조금은 웃을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줄 뿐이다.

어윗의 사진 중에는 유독 개를 소재로 한 사진이 많아서 DOG DOGS라는 사진집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 이유를 물으니 '불평 하지 않고, 찍는 순간에 신호할 필요도 없으며, 귀찮게 하지도 않기 때문에' 라고 대답하는 엘리엇 어윗.

그의 사진은 열 번 듣기보다 한 번 보기를 추천.
이 글에 언급된 모든 사진 작가들의 사진은 포털 사이트에 이름만 쳐도 수십장은 나온다.



MAGNUM

매그넘은 로버트 카파,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조지 로저, 데이빗 시무어가 창립한 자유 보도 사진작가 그룹이다.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진 작가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출판되는 사진집이 있는데, 이번에 창립 60주년 기념으로 <매그넘 매그넘>이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판됐다. 조만간 구입할 예정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언제쯤이나...

브레송과 어윗은 물론 마틴 파, 스티브 맥커리, 요셉 쿠델카, 브루노 바베이, 로버트 카파 등의 사진작가를 매그넘을 통해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사진집.




언젠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80일간의 세계일주란 그리고 서울의 기억>이란 제목으로 전시됐던 사진전의 도록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과 그 외에도 좋은 사진이 많다. 사진전을 갈 때마다 매번 도록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사이즈가 작고, 인쇄의 질이 아주 좋은 편이 아닌 것이 그 이유. 사자니 아쉽고, 안 사자니 또 아쉬운 면이 있다.




윌리 호니스

'나는 어떤 특별하고 특이한 것을 좇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아름다운 이미지란 가슴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하학이다.'

윌리 호니스는 브레송, 로베르 드와노와 더불어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다. 그에겐 휴머니스트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사소한 모든 것들에 애정을 아끼지 않는 작은 기적이 그의 사진을 만들어낸다. 평범한 일상에서 따뜻함을 담는 그의 사진에는 모든 것들이 행복해 보인다. 그만의 행복한 공기감을 담아내는 능력이 부러웠다. 찍히는 사람도, 찍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프랑스 사람들은 브레송보다도 윌리 호니스를 더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윌리 호니스의 사진은 브레송의 사진만큼이나 따뜻하고 꽉 차있다. 유심히 보면 한 장의 사진 안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사진은 7개 이상의 제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한 가지 인물이나 사물에게서도 애정을 거두지 않는 시선이 엿보인다.




언젠가 해외에서 우연히 구입한 이름 모를 작가의 사진집
가끔은 이런 것도 좋다.




사진 관련 서적, 그리고 지금은 한 권밖에 남지 않은 네셔널 지오그래픽
필요한 책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읽었기 때문에 많지 않다.




그리고.. 필름으로 찍는 사진의 저자 이루님의 친필 싸인
큐픽 현상소가면 해주신다. -.-





정리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많지 않구나 싶었다. 사진집은 사진 카페 가서 보기도 했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일할 때 많이 본 덕에 아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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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4-23 00:40
조회수: 8538 / 추천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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